베트남 출신 아내 김희선씨 집안일 위해 운전면허 취득
힘든 지게차 운전도 ‘척척’ 요리사 자격증 취득은 ‘덤’

동계패럴림픽 사상 한국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신의현이 18일 강원도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모든 종목의 경기를 마친 후 가족들을 만나 사인을 해주고 있다.

(공주=동양일보 류석만 기자)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신의현(38·창성건설).

그가 이번 대회에서 정상에 설 수 있었던 데에는 베트남 출신의 아내 김희선(31·마이 킴 피엔)씨의 금빛 내조가 한 몫을 했다.

재활과 운동에 매진하는 남편을 대신해 충남 공주 정안면에서 5만㎡ 터에 밤 농사를 크게 하는 시부모를 돕는 등 집안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는 것. 김씨가 집안일을 척척 해준 덕분에 신의현도 마음 놓고 운동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신의현과 김씨의 만남은 2006년에 이뤄졌다. 대학 졸업 전날에 자동차를 몰고 가다 맞은편 차량과 충돌해 두 무릎 아래를 절단한 후 방황의 시간을 보내던 아들의 모습을 보다 못한 신의현의 어머니 이씨가 베트남으로 가서 아들의 신부를 맞아들인 것이다.

김씨는 “의현씨의 인상이 좋기는 했는데, 운동하는 줄은 몰랐다”면서 “오늘과 같은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한국에서 불리는 ‘김희선’이라는 이름은 결혼을 한 후 시어머니 이회갑씨가 작명소에 가서 지어준 이름이다. 베트남 이름에 있는 ‘킴’과 ‘히’의 어감을 살렸다.

그는 결혼 직후 한국 생활에 빠르게 적응했다. 무엇보다 친어머니처럼 자상하게 대해주는 시어머니 이씨를 ‘어머니’라고 부르고 따랐고, 시아버지 신만균씨도 정성으로 섬겼다. 신의현이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휠체어 농구를 시작하면서 집안일은 김씨의 몫이 됐다.

가을이면 밤을 줍는 게 큰일이었고, 밤을 창고로 실어 나르기 위해 남편으로부터 지게차 운전 기술까지 터득했다.

또 한국에서 운전면허 자격증까지 직접 취득해 자동차를 몰았다.

시어머니 이씨는 “우리 며느리는 머리가 좋아서 무엇을 배워도 척척 습득한다”면서 “아들을 대신해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게 대견하면서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공주 정안초에 다니는 딸 은겸(11)양과 병철(9)군도 아빠를 닮았는지 태권도에 소질을 보여 국내 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신의현에게 “메달을 꼭 따지 않아도 되니, 다치지만 말고 무사하게 돌아와 달라고”고 당부했다고 한다.

메달을 못 땄을 때 위로와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은 것도 아내 김씨였다.

김씨의 노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강도 높은 훈련으로 영양이 부족하기 쉬운 남편을 위해 한식과 중식 요리사 자격증을 땄다. 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남편에게 가장 해주고 싶어 하는 것도 맛있는 밥상을 차려주는 일이다.

그는 “대회가 모두 끝나면 남편이 얼큰한 걸 좋아하니 김치찌개를 끓여줄 것”이라며 “또 육회도 좋아하니 물어봐서 맛있는 걸 듬뿍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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