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주·박재용 목사 등 마지막 희생자 4명 눈물 속 발인
“참사 재발 않도록”…소방관 대응방식 개선 등 대책 요구

▲ 26일 오전 제천서울병원장례식장에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가족과 조문객이 고인을 떠나보내고 있다.

(동양일보 장승주 이도근 기자) “다시는 이런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26일 오전 4명의 희생자 발인이 엄수되면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로 숨진 29명의 희생자들이 모두 영면에 들었다.

갑작스런 화마로 세상을 등진 신명남(여·53)씨의 영결식이 이날 오전 7시 제천 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신씨의 남편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신씨는 회사원인 남편을 내조하며 두 자녀를 반듯하게 키웠다. 신씨는 지난 21일 목욕을 하려고 스포츠센터를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유가족과 친지와 친구 30여명은 이날 신씨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신씨의 유족은 “친정뿐만 아니라 시아버지, 시어머니도 자주 찾아가던 효녀 중의 효녀”라면서 “이렇게 먼저 떠나니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오전 8시 같은 병원에서 드림성결교회 박재용(42) 목사와 제천중앙성결교회 박한주(62) 담임목사의 합동 발인식이 엄수됐다.

같은 교회에서 담임과 부목사로 스승과 제자사이였던 이들은 참사 당일 충주에서 열린 목사 모임에 참석한 뒤 함께 사우나를 찾았다가 먼 길을 떠났다. 두 교회의 신도들은 찬송가 ‘천국에서 만나보자’를 부르며 이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제자인 박재용 목사의 운구차가 앞장섰고, 스승 박한주 목사의 운구차가 그 뒤를 따랐다. 한 신도는 “어려운 사람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며 떠나는 운구차를 보며 눈물을 훔쳤다.

오전 8시 30분에는 정희경(여·56)씨의 영결식이 열렸다. 정씨의 딸(15)이 고인의 영정사진을 들고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남편 윤창희(54)씨는 정씨의 관을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시종 충북지사와 이근규 제천시장도 영결식에 참석, 이들의 떠나는 길을 배웅했다.

26일 오전 제천시 서울병원장례식장에서 이시종 충북지사와 이근규 제천시장이 화재 참사 희생자를 떠나보내고 있다.

이날 희생자 4명의 발인으로 이번 참사로 숨진 29명의 장례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유족 대책위는 제천체육관에 설치된 합동분향소 운영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으며, 제천시는 오는 30일까지를 추모기간으로 정해 참사 희생자를 위로하고 아픔을 기억하기로 했다.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애도는 끝나가고 있지만 사건 수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사건 초기 소방대의 구조지연으로 피해가 컸다며 분노하던 유족들도 다소 차분해진 모습으로 정부에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숨진 정희경씨의 남편 윤씨는 “이제 와서 누가 잘못했는지 따지는 게 무슨 소용이겠냐”며 “이번 일로 소방관들의 매뉴얼이나 대응방식을 개선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가족 대표인 류건덕(59)씨도 “고생하는 소방관을 탓하는 게 아니다”며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방서장 면담 등을 통해 당국의 해명을 들었지만 최초 신고접수 후 화재발생 초기 적극적인 구조 활동을 펼치지 못해 2층에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며 “경찰 수사에서 발화원인과 구조작업의 문제점 등 진상규명이 명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 대책위 사무국장 남모씨도 “신고 접수 후 7분 만에 도착한 119소방대 차량은 단 2대뿐이었다. 불길이 건물 전체로 솟구치는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장비”라고 지적했다.

유가족들의 이 같은 지적이 잇따르는 건 29명이 생명을 잃은 이번 참사가 부실한 소방안전 점검과 관련 법령 미준수 등으로 인한 ‘예고된 인재(人災)’였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물 소방안전 점검을 담당한 J사가 여성 사우나가 있던 2층을 확인하지 않았고,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구조 골든타임을 허비한 초기대응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소방당국의 부실 대응 등을 규명할 소방합동조사단이 이날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합동조사단은 내·외부 전문가 24명이 참여하며 조사총괄, 현장대응, 예방제도, 상황관리, 장비운용 등 5개 반으로 구성됐다.

변수남 합동조사단장은 “유가족과 언론 등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 등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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