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조선시대 제련로 추정… 백자가마 1기도 함께 출토돼

보은군 산외면 대원리 313번지 일대 2만4312㎡에서 고려~조선시대 철을 만든 곳으로 추정되는 제련로 유적지가 발굴됐다. (사진 위) 문화재 발굴 현장과 이번에 발굴된 제련로.

 

(보은=동양일보 이종억 기자) 보은 속리산자락의 한 산골마을에서 고려~조선시대 철을 만든 곳으로 추정되는 제련로 유적지가 발굴돼 화제다.

농촌마을 다목적용수개발사업으로 수몰예정 지역에 대한 문화재발굴조사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낸 철 제련로는 2기로 백자가마 1기 등과 함께 출토됐다.

한국농어촌공사보은지사(지사장 최홍규)는 (재)호서문화유산연구원에 의뢰해 지난 7월 다목적용수개발사업지구인 보은군 산외면 대원리 313번지 일대 2만4312㎡에 대해 2차에 걸쳐 60일동안 문화재발굴조사를 벌였다.

문화재발굴지역은 속리산인근 산골마을로 청주시·괴산군·경북상주시 접경지역이다.

조사결과 고려시대 건물터 1기를 비롯해 온돌시설만 남아있는 집터 5기, 제련로 2기와 관련 폐기장 1기, 배소로 2기, 탄요 10기, 백자가마 1기와 관련 폐기장 2기 등 모두 65기의 유구가 확인됐다.

이 가운데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철 생산시설인 제련로와 백자생산가마이다.

문화재 발굴을 진행한 호서문화유산연구원은 첫 번째 조사에서 발견한 철 제련로는 고려시대, 두 번째 석축형 철 제련로와 백자가마는 조선시대 유적으로 추정했다.

첫 번째 발굴된 철 제련로는 고려시대 집터 근처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고려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제련로 내부는 강한 열에 의해 벽면이 녹아 있고 주변에서는 철광석가루와 송풍관이 발견됐다.

두 번째 조사에서 찾아낸 제련로는 높이 2m40㎝, 길이 8m50㎝의 석축형으로 구조가 비교적 잘 남아 있다. 이것은 주변에서 백자조각이 발견된 것으로 미뤄 조선초의 유적으로 보인다. 이곳에서는 선철을 생산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각형 철조각이 나오기도 했다.

백자가마터는 길이 17m50㎝로 백자기 조각과 벽체 등 일부 흔적만 남아 있다. 백자가마터에서는 대접, 완, 도지미 등의 유물이 소량 확인됐다.

호서문화유산연구원은 이번에 발굴된 유적에 대해 고려시대초기에서 조선시대중기 산골마을인 대원리의 문화상을 밝힐 중요한 고고학상 자료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조사단은 이 유적의 상태가 좋지 않아 현장보존하기보다는 학술자료로 활용키로 하고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같이 보은 산골마을에 고려~조선시대 철 제련소가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확인되자 마을 주민들은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큰 관심을 보였으며 주변에 철광석 광산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조사단은 주변에 철광석 채취흔적과 관련된 유적이 있을 경우 보존방안을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한국농어촌공사보은지사는 현재 해당지역에 다목적 농촌용수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소규모 댐을 쌓고 있다. 이 공사가 마무리 되면 문화재발굴조사가 이루진 지역은 물에 잠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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