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인들 거센 반발… 한국작가회의 “임명땐 강력 대응”

(보은=동양일보 이종억 기자) 충북의 대표적인 문학 행사인 ‘오장환문학제’가 추진위원장으로 내정된 유명 시인의 자격 논란을 일으키며 파행을 겪고 있다.

보은문화원은 이 지역 회인면 출신이자 한국 아방가르드 시단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오장환 시인(1918~1951)을 기리기 위한 23회 ‘오장환문학제’를 오는 10월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오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작품 등을 망라한 전집(全集) 발간과 함께 다양한 문학 행사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올해 오장환문학제추진위원장을 문단에서 친일문학상이라고 비판받는 ‘미당문학상’ 수상자인 A 시인으로 내정하면서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단 한 줄도 친일 시를 쓰지 않았던 오 시인을 기리는 문학제의 추진위원장을 친일 문학인 서정주 시인(1915~2000)의 문학세계를 계승하기 위해 만든 ‘미당문학상’ 수상자에게 맡기는 게 이치에 맞느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오 시인은 시집 ‘병든 서울’을 출간할 당시(1946년) 미당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고, 그를 향해 친일파라고 비판하는 등 절대적 대척관계였던 문학인으로 잘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친일문학상을 문단에서 청산해야 할 적폐로 여기는 문학인들 사이에 거센 반발이 나왔다.

충북작가회의 B 임원은 “친일문학상 수상자가 충북에서 열리는 문학제의 추진위원장을 맡는다면 이를 반대하는 성명을 낼 예정”이라며 “성명을 내기에 앞서 해당 시인이 자진해서 (위원장을)맡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은 지난 9일 보은문화원 총회에서 불거져 나온 뒤 SNS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C 시인은 미당문학상 수상자의 오장환문학제추진위원장 선임에 관한 문제를 자유실천위원회 차원에서 공론화할 수 있다는 뜻을 SNS에 피력했다.

그런가 하면 ‘미당문학상’ 수상 경력이나 자격 문제는 문단 안에서 따지고, 먼저 오장환문학제를 치르기 위한 추진위원회부터 정상적으로 꾸려 행사에 차질을 빚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도 일부 주민 사이에 나온다.

현재 주최 기관인 보은문화원은 이런 논란 때문에 문학제추진위원회 구성과 올해 사업계획을 제대로 짜지 못하는 상태다.

이에 관해 구왕회 보은문화원장은 “애초 A 시인에게 문학제추진위원장을 맡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미당문학상 수상 경력에 따른 문제가 불거져 자격 적합성을 따져 보고 있다”며 “곧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오장환문학제 개최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