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호 진천 은여울중 교장

은여울에서의 아침모임은 늘 역동적이지만, 2017년 마지막 아침모임은 더 역동적이고 더 여운이 깊었다.

칭찬하기 시간, 1학년 윤서(가명)가 손을 들었다.

순간 나는 살짝 긴장이 되었다. 왜냐하면 여태까지 윤서는 누구를 칭찬하겠다고 손을 든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저는 여울이(가명) 오빠를 칭찬합니다.” 의외였다. 칭찬하기 규칙에 따라 여울이가 일어났다. “지난 9개월 동안 화가 날 때마다 여울이 오빠에게 욕도 많이 하고 싫은 소리도 많이 했는데, 여울이 오빠는 버릇없이 구는 내 행동을 이해해 주었고, 욕과 투정을 잘 참고 받아 주었습니다. 그래서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칭찬합니다.”

윤서의 칭찬을 들으면서 내 마음 속에 고마움과 안도감이 가득 밀려들었다.

윤서가 자신의 아픔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힘듦을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윤서의 가슴 속에 가득했던 미움과 원망의 자리에 드디어 감사함이 들어서기 시작했다는 점에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나눔 시간, 3학년 다린(가명)이가 지난 1년 동안 은여울중학교에서 있었던 소감을 친구들과 나누고 싶다며 발표했는데, 차분하게 읽어 내려간 글귀들이 하루 종일 내 귓전에서 나를 흔들어 놓았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 왜 가난해야 했는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왜 떠났는지도 모른 채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죽을 궁리만 했었다는 다린이, 그렇지만 이제는 그 상처와 함께 살아갈 힘이 생겼다면서 자신이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하다며 눈물을 훔치던 모습….

다린이의 나눔은 하루 종일 내 가슴을 아프게도 만들었고, 벅차게도 만들었다.

2017년 마지막 아침모임을 마치면서, 나는 왜 제도권에서 대안학교가 필요한지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었다.

우리 주위에는 성장 과정에서 박탈을 경험한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그 아이들은 오롯이 자신만을 바라봐 달라고 소리치고 강요한다.

대안학교는 그들이 학교를 떠나지 않고도 어떻게 버텨 왔는지, 또 무엇을 봐 달라고 소리치고 있는지 세심하게 돌볼 수 있기에, 제도권에서 자칫 놓칠 수 있는 것들을 보완하여 제도권 교육을 더욱 단단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세상을 향해 자신의 상처를 봐주고 치유해 내라고 강요하는 아이들에게 학교가 그들의 상처와 그들의 아픈 경험을 읽어줄 수만 있다면, 그들은 자신의 상처를 딛고 더 당당하게 배움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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