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불법 증축·용도변경 관련 제천시 관리 소홀·묵인 등 수사
2층 비상구 허가·늑장 대처 등 소방 초기대응 부실 부분도 조사
대한변협, “참사 진상규명 돕겠다” 무료 법률지원 등 협약 체결

▲ 화재로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에서 지난달 26일 오전 소방당국과 경찰이 합동으로 화재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동양일보 장승주 이도근 기자) 29명의 사망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수사의 눈길이 제천시와 소방당국 등으로 향하고 있다.

1일 경찰 수사본부에 따르면 제천 화재 참사 수사의 방향은 크게 ‘발화원인’과 ‘늑장대처’, ‘부실관리’ 등 세 가지로 맞춰지고 있다.

발화원인에 대해서는 수사본부, 국립과학수사원 등의 합동감식과 소방합동조사단의 조사 등이 이뤄지고 있다. 경찰은 건물주 이모(53·구속)씨와 건물관리인 김모(50)씨의 진술 등을 통해 당시 동파방지용 열선에 붙은 얼음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건물주 이씨와 최초 신고자인 카운터 여직원의 늑장 신고나 부실한 대응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화재가 난 스포츠센터 건물의 8,9층 불법 증축과 9층 기계실의 용도변경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제천시청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이 건물은 2011년 7월 7층 규모로 지어졌으며 2012년 1월과 2013년 6

29명의 사망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8·9층에 테라스가 불법 설치되고 옥탑 기계실은 주거 공간으로 편법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나흘째인 24일 현장 모습. 빨간 원 안이 증축된 8∼9층.

월 두 차례 증축을 거쳐 9층으로 높아졌다.

이 건물 꼭대기인 8,9층에 불법 설치된 테라스와 캐노피 등은 전 건물주 박모(58)씨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8월 건물을 인수한 이씨는 9층 옥탑 기계실을 직원 숙소로 개조하면서 천장과 벽을 막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문제의 건물에 대해 제천시의 적발사항은 물론 단 한 차례의 이행강제금 부과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런 불법 증축이나 용도변경이 관계당국의 묵인 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이를 확인하는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각 층마다 배관과 전기선이 지나는 공간에 반드시 설치해야 할 방화벽이 설치되지 않은 것도 드러났다. 방화벽이 건축 단계부터 시공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아 시가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이를 묵인하거나 간과했을 것이란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소방당국의 부실한 초기대응에 대해서도 소방합동조사단 결과가 나오는 이달 중순께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2층 여성 사우나 비상구와 관련한 소방당국의 관리 소홀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홍철호 국회의원은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건물 도면을 보면 소방당국이 비상구를 창고로 사용토록 건축허가에 동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소방청은 “비상구 앞을 창고로 허가했지만, 출입통로는 확보토록 했다”고 해명했다.

홍철호 의원이 공개한 제천 화재건물 2층 도면. 도면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스포츠센터 여성사우나 비상구 출입 통로 대신 창고가 들어서 있는데도 허가에 동의했다. <홍철호 의원실 제공>

수사본부 관계자는 “제천시로부터 건물 설계도면과 건축물 대장 등을 제출받아 조사 중”이라며 “필요에 따라 관공서 압수수색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재원인을 밝히고 관련자 수사에 도움을 줄 법률지원활동도 본격화됐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유족 법률지원에 나섰던 대한변협은 지난달 30일 제천체육관에서 피해가족협의회와 법률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변협은 협약을 통해 △피해자나 유가족을 위한 법적 대응 △수사나 재판에 관한 법률 지원 △화재 책임자나 지방자치단체, 정부 등을 상대로 하는 협상을 지원한다. △화재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관계기관 대응 매뉴얼의 개선책도 검토한다.

유족들은 화재 당시 숨진 김다애(18)양의 휴대전화 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명확한 수사와 함께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참사가 ‘인재’임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소방당국이 소극적 대처와 은폐를 일삼고 있다”면서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참사 관련 법률자문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출신으로 구성된 대한변협 생명존중재난안전특별위원회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변협 생명존중특위는 국가 재난사고 대응 전문 위원회로, 재난 관련 조사와 제도 개선 연구를 전문으로 한다.

변협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경험을 바탕으로 진상규명, 재발방지, 피해구제 등 활동에서 유족들을 성실하게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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