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119 신고 28분 전 불났는데 건물관계자 늑장대응”
경찰 “객관적 증거 없어”…목격자 녹취확보 등 확인 조사
건물주 변호사 선임 뒤 묵비권 행사…‘시간벌기’위함 인듯

▲ 29명이 숨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소방당국의 부실 대응 의혹 등을 규명할 소방합동조사단이 27일 화재 현장 1층 주차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동양일보 장승주 이도근 기자) 29명의 희생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최초 화재가 난 시점이 119에 신고 되기 18분 전이라는 주장이 나와 경찰이 확인 조사에 들어갔다.

28일 경찰 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참사 화재의 최초 신고 시각은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 17초다. 이 신고는 화재가 난 스포츠센터 건물 1층 사우나 카운터에서 근무하던 여직원이 내선 전화로 신고했다.

경찰은 주변 CC(폐쇄회로)TV 등을 통해 처음 발화된 시점을 3시 48분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신고 시간 5분 전 건물 직원들이 자체 진화를 시도하다 신고했다는 진술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유족들은 또 다른 주장을 내놨다. 제천 화재 참사 유족 대책본부는 전날 “최초 신고 28분 전인 오후 3시 25분에 이미 (1층 주차장 천장에) 불이 나 연기가 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시 목격자가 건물 관계자와 함께 소화기를 사용해 진화를 시도했다는 녹취가 있다”며 “그러나 이때까지 화재 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소방당국도 화재 신고 이전에 이미 발화 지점인 1층 주차장 천장에서 ‘훈소(불길 없이 연기 형태로 타는 현상)’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유족들의 주장대로 발화시점이 신고시간 한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유족들의 주장에 대한 객관적 증거가 없어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이날 유족대책본부를 찾아 목격자 녹취 등을 확보해 관련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화재 원인 등에 대한 핵심 피의자인 스포츠센터 건물주가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 수사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찰 수사본부 관계자는 “건물주 이모(53)씨가 체포 이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2차 참고인 조사까지 사건 관련 내용에 대해 경찰 등에 적극적으로 진술했던 이씨는 지난 24일 체포된 직후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지난 2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소방시설법·건축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이후 경찰의 일부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은 적극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화재 참사로 29명의 희생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의 건물주 이모(53)씨가 27일 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제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제천 장승주>

지역 법조계에선 “여론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한 건물주가 수사단계에서 죄질의 경중을 다투기보단 기소 후 법정에 이르기까지 기간 중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모아 재판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계획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핵심 피의자인 이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경찰은 화재원인 등을 밝힐 수 있는 추가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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