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유지 관리 중요성 또다시 부각
정부 사후 점검 시스템 제도화해야

▲ 제천 화재 현장/자료사진

(동양일보 이정규 기자) 29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의 대형화재는 건축물의 필로티 구조나 외벽의 마감재 드라이비트보다 자동문이 실질적으로 목숨을 잃게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26일 충북건축사회에 따르면 현장 점검을 한 결과 2층 여자목욕탕에서 상당수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이들 대부분이 자동문에 갇혀 유독가스에 질식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로 인해 단전되면서 자동문이 작동하지 않아 밖으로 탈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남자 목욕탕은 이발사가 문을 열어 대피를 시킨 뒤 탈출하면서 인명 피해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자 목욕탕은 아무도 구조 행동을 하지 않아 목욕탕에 갇힌 채 생명을 잃게된 것으로 전해졌다.

필로티 구조로 중간 계단이 연통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건축사회는 필로티 구조가 아니더라도 상당수 건물이 계단이 있어 그 구조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만은 없다는 판단이다.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섞은 물질을 분사하는 형식의 드라이비트도 화재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이번 참사에서는 내부쪽에 문제가 많아 보인다는 것이 건축사회의 분석이다.

현장을 다녀 온 충북건축사회 김성진 회장은 “이번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은 자동문이라고 본다”며 “필로티 구조나 드라이비트 공법은 부차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특히 인명 피해를 키운 이유가 비상시 방화문이 작동하지 않았고 비상 탈출구에 적재물이 있어 화를 키운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면서 건물에 대한 유지·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건물 준공 허가 이후에 정기적인 점검, 즉 유지·관리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건축사회 관계자는 “제천 참사는 단전에다, 방화문 미작동, 탈출구 적재물 등 준공 후 유지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빚어진 참극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부분에 대해 철저한 규제가 이뤄져야만 또다른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소방청 등 재난 관련 부서가 이번과 같은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 건축 도면 공유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전산상 완벽히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소방 실무자가 도면을 보더라도 전문 지식이 부족해 정기 점검시 건축사 등 전문인력들을 활용한 제대로된 관리가 이뤄져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건축사회 관계자는 “현재 전국의 많은 다중 이용 건물이 제천 스포츠센터와 같이 유지·관리의 허점을 드러내는 곳이 한둘이 아닐 것”이라며 “이번 화재를 계기로 정부가 확실하게 화재로 인한 피해를 미연에 막을 수 있도록 사전 점검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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