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다툼도 학교폭력 간주… 어른싸움 확대 빈번
신규유입 인구 많은 탓에 ‘이웃사촌 정’ 찾지못해
“이해할 수도 있는데…” 사소한 고소고발 매년 증가

(세종=동양일보 신서희 기자) #지난해 6월 세종의 한 유치원에서 원생간 성과 관련한 소동 및 언어폭행이 벌어졌다. 6살 남자 어린이 3명이 또래의 여자 어린이 1명에게 속옷을 벗으라고 강요했고 남자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말하면 권총을 입에다 넣고 쏴 죽인다”고 위협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유치원을 찾아가 항의했지만 가해 아동들이 형사미성년자인데다 나이가 너무 어려 조사하기도 어려웠다. 한달이 넘게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소송까지 진행됐다.

#지난 5월 세종의 한 초등학교 5학년생 A양은 같은반 친구들 4명에게 상습적인 언어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엄마에게 알렸다.

A양 엄마는 친구들을 찾아가 사이좋게 지내라고 타일렀는데 가해자로 지목된 친구 중 B양이 자신의 엄마에게 A양엄마에게 혼났다고 이르면서 아이 싸움이 어른싸움으로 번졌다. A양 엄마는 허위사실 유포, 언어폭력 등으로 고소를 고민하는 등 사건이 확대됐다.

 

세종시에서 이웃사촌이란 말은 남얘기일까?

신규유입인구가 많은 세종시는 이웃간 또는 학부모간 유착 및 유대관계가 쉽게 형성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아이들간의 작은 다툼이 쉽사리 어른싸움으로 번지기도 하고 감정이 격해져 소송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학교폭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발표가 있지만 학교폭력의 유형이 신체적 폭행보다 증거가 확실하지 않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명백히 하기 어려운 언어폭력이 늘고 있어 어른 싸움으로 확대되는 게 줄지 않을 전망이다.

 

● 사소한 고소고발 ‘극성’

세종 경찰서에 따르면 11월말 현재 세종시 112신고건수는 3만6191건으로 지난해 3만4810건보다 4%증가했다.

이 중 고소.고발 접수건수는 1758건으로 지난해 1488건보다 18.1%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112신고건수중 고소고발 건수가 가장 높았으며 교통사고 사망사고 순이었다.

반면 살인(4건), 강도(2건), 강간(69건), 절도(542건), 폭력(655건) 등 5대 범죄는 1271건으로 지난해 1409건보다 9.7% 줄었다.

세종 경찰서의 한 간부는 “강력범죄의 경우 범인만 잡으면 되는데 이웃사촌간이나 학부모간의 작은 다툼이 고소까지 이어지는 게 너무 많다 보니 사건해결에 있어서 정신적인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상당히 높다”며 “특히 엄마들간의 싸움에서 배우자의 직책이나 지위를 거론하며 자신도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태도를 보일때는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 언어폭력이 가장 높아

세종시교육청은 14일 학교신설 및 전입학생의 증가에도 학교폭력은 전년대비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전체 가해응답현황은 90명(0.4%)으로 지난해와 동일한 비율이었고, 학교폭력을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675명(2.9%)로 전년대비 0.9%가 감소했다. 학교급별 피해응답률은 초등학교 1.7%, 중학생 0.8%, 고등학생 0.4%로 초등학생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는 지난해보다 각각 0.1%포인트 감소한 반면 중학교는 0.1% 증가했다.

피해 유형별(건수 기준)로는 언어폭력(37.4%)이 가장 높았고, 집단따돌림(15.3%), 스토킹(12.6%), 신체폭행(11.5%), 사이버 괴롭힘(9.4%), 금품갈취(5.4%) 순으로 전년과 동일했다.

피해 시간은 주로 쉬는 시간(35.1%)이 많았고, 점심시간(18.6%), 하교시간 이후(12.1%) 등의 순이었다.

가해자의 유형은 같은 학교 같은 반 학생이 61.2%, 같은 학년 학생이 22.8%로 전체 학생의 84%를 차지했다. 유득근 학생생활안전과장은 “학교신설과 학생전입으로 인한 학생 간 갈등과 다툼이 세종시 학교폭력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원만한 교우관계 정립에 중점을 두고 언어문화 개선 사업과 학교의 초기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현장지원단 운영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며,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지역사회, 유관기관과의 협조체계 구축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시교육청은 한국교육개발원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위탁해 관내 초4 ~ 고2 학생 2만4811명을 대상으로 지난 9월 18일부터 10월 27일까지 2017년 2차 학교폭력실태조사를 실시했으며 94.6%인 2만3462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 언어폭력 대응 정보공유도

학교내 언어폭력이 자주 발생하면서 엄마들 사이에서는 대응방안 정보까지 공유하고 있다.

초등생 아들을 둔 학부모 A씨의 경우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여학생을 혼쭐내주기 위해 녹음되는 시계를 사서 채워 증거를 확보하고 학교, 가정, 친구들앞에서 공개해 확실히 사과를 받은 적이 있다는 경험을 이야기 하며 확실한 대응책을 설명한다.

또 다른 학부모 B씨는 학교폭력이 어른싸움으로 까지 번졌을때는 차안에서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해서 블랙박스에 녹음 되도록 해야 고소 했을때 유리하다고 조언을 하기도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