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장 <청주대성고 교장>

새벽 5시 30분. 대성고 축구부 선수들의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이른 새벽, 동도 트지 않은 이른 시간이지만 우리 선수들은 산악구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청주대 뒤 우암산 중턱까지 뛰어 오르면 숨은 턱 끝까지 차오르고, 내려오는 길에 이어지는 계단 셔틀런에 선수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지만 포기할 줄 모르는 우리 선수들은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며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땀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남기영 감독은 지독한 훈련으로도 악명이 높지만,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선수들의 곁을 묵묵히 지키며 따뜻하면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줬다.

포기를 모르는 선수들과 든든한 버팀목인 감독이 만나 대성고 축구는 올 한해 알찬 수확을 거뒀다.

올해 53회 춘계 한국고등학교 축구연맹전에서 준우승, 25회 백록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는 우승을 거머쥐었으며, 98회 전국체육대회 고등부 축구경기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특히 백록기 축구대회는 1993년 원년 우승을 차지한지 24년 만에 다시 얻은 우승컵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선수들은 물론이요, 일반 학생들과 동문들을 얼싸안게 한 그 환희의 순간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대성고 축구부는 1946년 창단된 이래 최순호 포항 스틸러스 감독, 2002한일월드컵 당시 대표팀 골키퍼 이운재 선수, 리우 올림픽 대표팀 미드필더 이찬동 선수 등 25명의 국가대표 및 청소년 대표를 배출했다.

그동안 대성고는 전국 고등학교축구대회에서 우승 16차례, 준우승 14차례, 3위 19차례나 입상하며 명실상부한 고교 축구의 강자로 그 맥을 지켜왔다.

현재 전국 최고 수준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프로산하 팀(프로팀의 전폭적 지원과 선수관리)과 일반학교 팀으로 이원화 되어 있는 현실 속에서, 일반학교 팀이 입상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학교 축구부도 오랜 기간 전국대회 입상 실적이 저조하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옛 청주상고의 역사와 전통 속에서 동문들의 마음 속 자랑거리인 축구부의 명성을 찾고자 3년 전부터 축구 우승을 위한 로드맵을 세웠다.

곡식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다. 그만큼 관심을 갖고 자주 둘러보고 항상 곡식의 상태를 확인해야 황금물결이 출렁이는 수확의 기쁨을 가을에 거둘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결국 공부건 운동이건 노력의 과정이 있어야 좋은 결과가 있다고 믿고 코칭스태프와 선수, 학부모와 함께 성적은 발자국 수에 비례한다는 신념으로 실천했다.

우선 학부모에게는 내 아이만 사랑하는 자세를 지양하고, 선수로서 경기에 참여하는 여부는 선수의 기능과 팀워크를 고려하여 감독에게 일임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도록 부탁했다. 그리고 선수들에겐 스스로 경기장에 불려갈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를 할 것을 주문했다. 대회가 열릴 때면 매번 상대팀의 흐름을 분석하고 늘 감독, 선수들과 동행하며 격려했다.

이렇듯 정성어린 관심과 사랑은 감독, 코치, 학부모, 그리고 선수들 모두의 마음을 움직였고‘자, 이제 우리도 한 번 해보자’라고 마음을 다독이며 우리는 진정한 한 팀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금까지 행운을 주었다고 믿는 빨간색 옷만을 고집하며 경기를 관전했던 나의 간절함과 그에 걸맞은 교직원의 열렬한 응원은 물론, 청주대성고 총동문회 오영식 회장님을 비롯한 3만여 동문과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노력과 열정들이 하나로 모였기에 일반학교 축구의 한계와 어려움을 당당히 이겨내고 우승의 금자탑을 쌓을 수 있었으리라.

오늘도 가쁜 숨을 내쉬며 쉼 없이 운동장을 내달리는 선수들의 이마에 맺혀 있는 땀방울은 볼수록 아름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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