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찌감치(O)/멀찍이(O)/멀찌가니(O)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이가 꽤 떨어지게’라는 의미로 자주 사용하는 표현으로 ‘멀찌감치’와 ‘멀찍이’ 그리고 ‘멀찌가니’가 있다.

그러나 ‘멀찌감치’와 ‘멀찍이’와 같은 말로 쓰이는 ‘멀찌가니’는 표준어가 아닌 것으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멀찌감치’와 ‘멀찍이’ 그리고 ‘멀찌가니’는 모두 올바른 표현으로 표준어 규정에 따른 ‘복수표준어’로 규정하고 있다.

표준어 규정 제26항은 ‘한 가지 의미를 나타내는 형태 몇 가지가 널리 쓰이며 표준어 규정에 맞으면, 그 모두를 표준어로 삼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멀찌감치’와 ‘멀찍이’ 그리고 ‘멀찌가니’를 ‘사이가 꽤 떨어지게’를 뜻하는 부사로 등재하고 있다. 예를 들면 ‘멀찌감치 도망가다.’, ‘그는 여자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멀찍이 물러앉았다.’, ‘나는 멀찌가니 서서 그녀가 나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등과 같이 사용한다.

따라서 형태는 다르지만 같은 뜻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멀찌감치’와 ‘멀찍이’ 그리고 ‘멀찌가니’는 모두 표준어이다.

 

사글세(O)/삭월세(X)

‘집이나 방을 다달이 빌려 쓰는 일. 또는 그 돈’을 나타내는 올바른 표현은 ‘사글세’이이며 ‘월세’라고도 한다.

표준어 규정 제5항은 ‘어원에서 멀어진 형태로 굳어져서 널리 쓰이는 것은, 그것을 표준어로 삼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글세’는 한자로 ‘삭월세(朔月貰)’이지만 ‘사글세’로 적어야 한다.

어원(語源)은 어떤 단어의 근원적인 형태이며, 어떤 말이 생겨난 근원이고, 말밑이라고도 한다. ‘사글세’는 어원이 아직 뚜렷한데도 언중들의 어원 의식이 약해져 어원으로부터 멀어진 형태를 표준어로 삼고, 어원에 충실한 형태이더라도 현실적으로 쓰이지 않는 것을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는 예이다. 다른 예로는 ‘강낭콩/강남콩, 고삿/고샅, 울력성당/위력성당’ 등에서 ‘강낭콩, 고삿, 울력성당’을 표준어로 삼은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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