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초등학교 대다수가 학교 인근에 보행로가 없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린이들이 겪는 교통사고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니 정부와 교육당국의 무관심을 보여주는 듯하다.
행정안전부가 밝힌 각 시·도별 보행로 미설치 초등학교 현황을 살펴보면 어른들의 무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전국 초등학교 6052곳 가운데 보행로가 없는 학교는 30%에 달하는 1818곳이라고 한다.
그만큼 정부와 교육당국이 어린이 안전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대전·세종·충남지역 초등학교의 경우 10곳 중 3곳이 보행로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
충북도내는 초등학교 267곳 가운데 49.1%가 어린이보호구역에 보행로가 없어 교통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고 한다.
도내 초등학교 인근 보행로 미설치 비율이 전국 꼴찌라니 창피한 수준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얘기다.
도내 초등학교 인근에 도로 선형상 보행로 설치가 불가능한 지역을 빼더라도 가능한 구간은 총 1만9093m이며, 예상 사업비는 48억여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스쿨 존이라고 불리는 어린이보호구역에 보행로가 따로 없어 불법주차 차량과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운전자들도 차량 불법주차로 시야가 방해를 받아 주의를 게을리 할 경우 교통사고 발생에 속수무책이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 발생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경찰청이 밝힌 최근 5년 간 각 지방청별 어린이 교통사고 현황을 보면 지난 2012~2016년 사이에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발생한 13세 미만 교통사고는 총 2482건이라고 한다.
이 기간 동안 전체 사고건수 가운데 교통사고로 사망한 어린이 수가 32명이고 부상자는 2587명에 달한다는 통계치를 내놨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교통사고를 당한 어린이들 때문에 학부모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상심이 클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지역 교통개선 사업으로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시설물 설치와 보수, 표지판과 신호등 교체 등 여러 가지 항목이 진행될 테지만 보행로 설치 예산은 대폭 늘어날 기미가 희박해 사업을 밀어붙이기가 힘들게 될 전망이다.
이 마저도 내년도 보행로 설치 전체 예산은 지난해보다 절반가량 감액된 110억 원이 정부안으로 반영됐다고 하니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행정안전부가 초등학교 보행로 설치를 위해 추정한 예산은 348억여 원으로, 이 금액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거리는 총 14만7676m에 달한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등·하교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위해 348억여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추정하면 정부의 사업추진 의지를 다그칠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인근에 보행로가 없어 발생하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사업도 많겠지만, 보행로 미설치로 인한 어린이 교통사고는 예방이 가능하다.
아침마다 통학로 인근에서 학부모와 경찰, 유관기관이 펼치는 교통사고 예방 캠페인도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줘야 ‘나라다운 나라’라는 소릴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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