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학 신입생 4명 중 1명 학종 선발
학생부 기록 행사 참여 무리한 행동·요구
교사·학부모·학생 ‘불만’…대학 “신뢰 중요”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 24일 열린 15회 청원생명쌀 대청호마라톤대회에서 경기 도중 쓰러진 한 고교생의 사연이 주위를 아연실색하게 했다. 청주의 한 고교에 재학 중인 A군은 장염 증세로 입원 중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병원을 빠져나왔던 것. 대회 한 운영요원은 “이 학생이 ‘마라톤대회 완주 기록을 학교생활부에 반영하기 위해 부모에겐 거짓말까지 하고 대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며 “요즘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이 대학 입시에 중요하게 작용된다는 말이 실감난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는 학생부 기록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학종전형’ 등이 대학 입시에서 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교사들이 일부 학생의 무리한 요구에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은 올해 2018학년도 입시에서 전체 모집인원(34만9776명)의 74.0%(25만8920명)를 수시모집으로 선발한다. 지난해 70.5%보다 3.5%P 상승한 것이다.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학종 전형)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보다 늘어난다. 2018학년도 대학 신입생 4명 중 1명(23.7%·8만355명)이 학교생활부종합전형(학종)으로 뽑히는 셈이다.

서울지역 대학에선 학종 전형 선발비율이 특히 높다. 내년 신입생 중 서울대는 78.5%, 고려대는 62%, 서강대는 55% 등 절반 이상을 학종 전형으로 뽑는다.

충북지역에서도 4년제 대학 12개교 신입생 10명 중 7명(68.9%)이 수시모집으로 선발된다. 학종 전형 비율도 높다. 충북대는 전체 모집인원(2983명)의 69.1%(2062명)를 학생부종합전형(829명)으로 선발하며 한국교통대는 1486명 중 543명을 학종으로 뽑는다.

대학은 학종 전형에서 학생부에 담기는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과 동아리·봉사·자율·진로활동 등을 살펴 학생의 학업능력·전공적합성·잠재력 등을 평가한다. 수능과 같은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여서 학생부에 기록되는 내용이 더욱 중요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학생들이 봉사활동 등에 기록될 수 있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무리한 행동까지 감행하고 있다. 또 일부 학생들이 지나치게 ‘포장’된 내용으로 학생부 기록을 요구하기도 한다.

청주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한 학생이 지난 7월 수업 중 토론한 내용을 정리해 와서 ‘세특에 반영해 달라’고 해 돌려보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학종 전형에선 학생 개인이 드러날 수 있는 ‘스토리’가 중요하다보니 교사들 사이에서도 ‘포장’을 잘 해 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나 대학들도 불만이다. 한 학부모는 “학생부 기록 수준에 따라 입시성적이 달라지다보니 입시전략에 혼선이 온다”고 말했다.

대학 역시 ‘과대포장’과 ‘거짓기록’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한 대학 입시 관계자는 “학종은 학생·고교·대학 간 평가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며 “학생을 포장할 것이 아니라 장·단점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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