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청주시청 건축직 공무원들이 전북 전주에서 승진교육을 받고 있는 동료 공무원을 찾아가 술판을 벌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감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근무시간에 잠깐 자리를 비울 수 있는 청주관내도 아닌 전북 전주까지 승용차로 이동해 사무관 승진자를 만나 축하주를 마셨다고 하니 ‘간 큰 공무원’임이 틀림없을 게다.
이 같은 사실은 청주시가 하계 휴가철을 앞두고 암행 감찰반을 운영하는 등 고강도 감찰에 나선 첫날 적발됐다고 한다.
전주에서 벌인 동료 승진자 축하자리에는 모 부서장도 휴가원을 제출하고 동행했다고 한다.
해당 과장은 전주로 동행한 이들 팀장 2명의 출장계를 결재를 통해 허락했다고 한다.
하지만 팀장 2명은 관내 경관조성 점검 등의 이유로 출장계를 허위로 낸 뒤 과장님을 보필(?)하러 전주까지 따라 나섰다가 감사반원에게 적발돼 변고(變故)를 당한 것이라고 한다.
청주시청 공무원들의 해이해진 공직기강을 한눈에 보는 듯싶다.
주목할 만한 것은 해당 과장은 당일 휴가원을 제출했고 팀장 2명도 출장계를 제출한 상황에서 감사에 적발되지 않았다면 그냥 넘어가도 말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점검 나온 감사반원들은 이 같은 일탈을 놓치지 않았다.
공무원들의 일탈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공무원들이 정규 근무시간에 근무지를 이탈하고 사적인 일을 보는 관행은 오래전부터 답습돼 왔다.
짤막짤막한 시간을 쪼개 개인 용무를 본 뒤 곧바로 제자리로 돌아와 업무를 보는 행태는 공직사회에서 비일비재하다.
예부터 내려오던 관행이라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일과시간에 근무지를 이탈해 본연의 업무를 볼 수 없거나 미루는 행위는 ‘내일하면 된다’라는 인식으로 공직사회에서 흔한 일로 치부된다.
이번에 적발된 공무원들이 벌인 원정 술판 행위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듯싶다.
관내 출장의 경우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지만, 또 다른 문제는 이 같이 허위로 낸 출장계를 근거로 출장비 지급 문제도 적정성 여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거리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출장비를 빼먹는 공무원들이 비일비재하다는 얘기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여러 하위기관에서 벌어지는 허위 출장계 제출과 이를 토대로 타내는 출장비 문제는 더더욱 엄히 챙겨볼 사안이다.
운영 보조금을 받는 하위기관 직원들은 자신들을 관리·감독하는 공무원들이 이지경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터라 국민 혈세를 빼먹는 공범들이 늘어나는 추세로 보면 딱 맞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걸리면 토해내면 된다’는 식으로 해석하고 있으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허위 근무일지 작성은 물론 허위로 낸 출장계와 이를 근거로 제출하는 출장복명서 역시 꼼꼼히 살펴봐야 할 일이다.
거짓말 수위가 더해질수록 나라 곡간을 축내는 것과 연관된다면 가만히 놔들 일이 아니다.
국민 혈세가 줄줄 새나간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혀 허투루 쓰이는 예산이 없어져야 국민 모두가 나라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을 믿고 살림을 맡기게 된다.
모든 공직자들은 올바른 처신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공직기강 확립에 앞장서야 할 간부급 공무원들의 일탈행위는 적발 시 하위직 공무원들보다 더 엄한 징계를 받아야 마땅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무원의 일탈행위와 이 같은 사실을 근거로 지급되는 국민 혈세도 더더욱 꼼꼼히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해야 국민들이 공무원을 신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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