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3만의 소도시 증평에서 주민 40여명이 75억원을 날린 펀드사기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모씨가 펀드사기극 거점으로 이용한 증평의 한 건물.

펀드매니저 박모씨 40여명에 75억 편취 후 목숨 끊어

피해자들 “한푼도 못받아… 어디서 하소연” 망연자실

(증평=동양일보 김진식 기자) 청주의 한 법률사무소 사무장이 투자사기로 수십명에게 수십억원대의 피해를 입힌 사건이 채 수습되기도 전에 이번엔 인구 3만의 소도시 증평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 충격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20일 경찰과 주민들에 따르면 증평 주민 40여명으로부터 펀드 투자금 75억원을 받아 편취한 전 펀드매니저 박 모(44)씨가 지난 11일 증평읍 초중리 자신이 세 들어 살던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방안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투자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스로 삶을 마감한 박씨는 한때 잘 나가던 증권전문가로 TV프로그램에 종종 나와 주식과 펀드에 대한 강의도 했던 실력자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몰락의 길로 들어선 것은 2011년 3월 모 투자증권사 팀장으로 근무하며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미끼로 2년간 고객 42명에게 받은 484억원을 편취한 사실이 드러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되며 끝이 났다.

4년간의 옥살이를 마치고 2014년 장인이 있는 증평으로 거처를 옮긴 박씨는 증평읍내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며 또 다시 주식과 펀드에 대한 유창한 전문지식과 화려한 언변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그가 펀드매니저로 행세하며 3년간 증평에서 40여명의 투자자에게 고소득을 보장하겠다며 편취한 액수는 무려 7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는 먼저 투자한 고객 몫의 원금과 배당금을 나중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일명 ‘돌려막기’ 방식으로 처음 몇 개월은 10%의 수익금을 지급해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이러한 박씨의 철저한 사기극에 자신들이 휘말린 사실도 모른 채 지내던 투자자들은 박씨의 자살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8억 여원을 투자했다 손해를 본 A씨는 동양일보와의 통화에서 “돈을 쉽게 벌려고 생각한 것이 잘못”이라며 “어디에다 말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심정”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전 재산 2억원을 투자했는데 한 푼도 못 받았다”며 “어디가서 하소연을 해야 하냐”고 울먹였다.

박씨의 사망으로 투자자들이 보상받을 길은 현실적으로 막막한 게 사실이다.

박씨가 사망해 민·형사상 공소권이 없는데다 채무를 갚을 재산도 없어 구제는 사실상 힘들다고 주변에선 보고 있다. 그의 고향인 대구에는 팔순 노모가 치매에 걸려 요양시설을 전전하고 있고 증평에 사는 장인 등 처가에도 2011년 사기사건 합의금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그가 사용하던 아내 명의로 된 마이너스통장에 대출금 7000만원만 남아 있는 것이 취재과정에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주로 박씨의 장인 주변 사람들로 이들은 자신들의 신분이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고 있어 구체적인 피해 현황이 밝혀지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당사자가 사망한데다 피해자들의 고소고발도 없어 수사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주민들 스스로 이러한 사기투자 사건에 휘말리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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