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만에 290.1㎜ 폭우…주택·도로 침수 등 피해 잇따라
‘거대한 호수된 듯’ 22년 만에 최악의 홍수…오전 도심 마비
25개교 피해…운호중·양업고 휴업·대성중 등 3곳 단축수업

▲ 집중호우가 쏟아진 16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의 한 도심 일대에 물에 잠겨있다. 이날 청주에는 시간당 9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관측 이래 7월 시간당 강수량으로는 최대이다. <독자제공>

(동양일보 보은 임재업·괴산증평 김진식·천안 최재기·이도근·박장미 기자) 일요일 오전 청주에 290㎜의 ‘물폭탄’이 쏟아져 도심 곳곳이 아수라장이 됐다.

16일 오전 청주에 시간당 90㎜가 넘는 폭우가 내리면서 저지대를 중심으로 시내 곳곳의 주택, 상가, 도로 등이 침수되고 단수·정전피해가 잇따랐다. 청주에 이처럼 많은 비가 내린 것은 1995년 8월 이후 22년 만이다. 오후 들어 비가 그쳤지만 홍수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복구 작업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기상지청 등에 따르면 이날 청주에 290.1㎜의 폭우가 쏟아졌다. 천안이 232.2㎜의 강수량을 기록했고 증평 225.0㎜, 진천 149.5㎜, 괴산 173.0㎜ 등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이 밖에 음성 98.5㎜, 제천 80㎜, 충주 70.7㎜, 단양 72.0㎜, 보은 62.0㎜ 등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특히 청주에는 새벽부터 낮 1시까지 반나절 만에 290.1㎜의 물폭탄이 터졌다. 우암산에는 274㎜, 상당구지역엔 260.5㎜의 비가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청주의 강수량은 기상관측 이래 두 번째로 많은 양으로 293㎜의 비가 내린 1995년 8월 25일 이후 22년 만에 최대 홍수로 기록됐다. 또 오전 9시 기준으로 시간당 91.8㎜의 폭우가 내렸는데 이는 관측 이래 7월 시간당 강수량으로는 가장 많은 양이다.

새벽부터 갑자기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무심천과 미호천 등 청주시내 주요 하천이 범람위기에 놓였다. 시내를 관통하는 무심천의 수위가 4.4m로 위험수위(4.3m)를 넘어서면서 하류 지역인 신봉동 일대 17가구 주민 30명이 인근 주민센터로 대피했다. 율량천도 한때 범람 위험수위에 다다라 주민 일부가 대피했다.

집중호우가 쏟아진 16일 청주 무심천 주변을 행인들이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이날 청주에는 290.1㎜의 비가 쏟아져 1995년 8월 이래 22년 만의 최악의 홍수 피해를 얻었다.

상당구 용암동 아파트 단지 앞 소하천은 범람해 물이 도로로 역류했다. 또 상당구 명암유원지가 넘쳐 인근 명암타워 1층이 한때 성인 무릎까지 차오를 정도로 물에 잠겼고 충북대 정문 앞 도로와 인근상가 역시 물바다가 됐다.

16일 쏟아진 폭우로 청주시 흥덕구 충북대 앞 거리에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독자제공>

흥덕구 복대천 주변도 한때 하천물이 넘쳐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진 차들이 일부 침수됐다. 서원구 모충동 청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역시 한때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들 지역에서는 승용차가 물에 잠기고 가재도구가 물에 떠다니는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됐다. 복대동 등 일부 저지대에선 119구조대가 고무보트를 타고 피해지역을 돌아다니며 도심이 마치 호수처럼 변하는 등 오전시간 청주의 도심기능이 거의 마비됐다.

가경천이 유실돼 상수도관이 파손되면서 가경·복대동 6만1000세대가 단수피해를 겪었다. 시는 오후 5시께에야 피해상황을 복구했다. 비하동·복대동 아파트와 사직동 충북실내체육관 등에선 전기설비가 침수돼 정전피해가 잇따랐다.

산비탈 지반이 약화되면서 월오동 공원묘지, 봉명동 노인요양원에 토사가 유출됐고 오창에선 산사태도 발생했다. 미호천 등 하천 주변 농경지들도 물에 완전히 잠겼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청주에서만 주택침수 211건, 차량침수 17건, 도로침수 185건, 농경지침수 107건 등 모두 643건의 침수피해가 접수됐다.

학교 등에서도 피해가 잇따라 5곳의 학교가 17일 휴교를 하거나 단축수업에 나선다. 운동장과 지하전기실이 침수된 운호중과 지하급식소가 침수되고 토사까지 유입된 양업고는 정상적인 수업이 어려워 17일 휴교키로 결정했다. 또 운동장과 교실 일부, 급식소 등이 물에 잠긴 대성중과 본관 건물 등이 침수피해를 입은 운호고, 인접 전파관리소 옹벽 붕괴로 급식소 등이 파손된 중앙여고는 오전 단축수업에 들어간다.

이 밖에 비봉유치원은 2개 교실이 침수됐고 충북여고는 별관 뒤편의 토사유실 피해를 입는 등 청주지역에서 초등학교 11곳, 중학교 5곳, 고등학교 8곳이 비피해를 입었다. 진천 충북체고에는 운동장 절개지 2곳 등에 토사가 유입됐고 중앙도서관은 화단 토사유출 피해를 입었다. 충북교육과학연구원 역시 시청각실과 전시관 지하가 침수됐다.

집중호우로 수중도시가 된 청주에서 16일 오전 청주서부소방서 소속 119구조대원들이 혹시라도 모를 인명피해에 대비해 수색활동을 펼치고 있다. <독자제공>

도심 곳곳이 물에 잠겨 교통통제도 이어졌다. 충북경찰청은 상당구 용암지하도, 흥덕구 서청주 사거리와 공단 오거리, 강내면 진흥아파트 사거리, 분평동 하이마트 사거리, 솔밭공원 사거리 등에 차량통제 조치를 내렸다. 또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옥산휴게소 주자창이 물에 잠겨 차량통행이 통제됐으며 옥산하이패스나들목 양방향, 서청주IC도 진·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실종되거나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오후 3시 12분께 상당구 미원면 옥화리에서 산사태로 주택이 일부 붕괴되며 집 안에 있던 A(여·58)씨가 사망했다. 상당구 낭성면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하며 B(여·80)씨가 숨진 채 발견됐고 보은군 산외면 동화리에서 폭우 속 밭에 나갔던 C(78)씨가 불어난 도랑물에 휩쓸려 실종돼 경찰과 소방당국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오전 11시 20분께 청주시 월오동 한 마을에서 주민 5명이 고립됐고 청주 옥화계곡과 괴산 청천계곡에서도 나들이객이 불어난 물에 고립돼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벌였다.

폭우에 철길도 멈췄다. 이날 폭우로 충북선 내수~증평구간 전기장치에 이상이 생겨 오전 10시 30분을 기해 충북선 열차의 상·하행선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이에 따라 대전~제천 열차 2편이 증평역에 멈춰 섰다.

225㎜의 비가 내린 증평에서도 한때 보강천이 범람위기에 놓였다가 오후 1시를 기점으로 차츰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보강천 하상 주차장에 있던 차량 57대가 침수·유실됐고 인근 공원과 도로침수 피해 등도 잇따랐다. 오전 9시께 증평읍 덕상리 지방하천 삼기천 둑 50m가량이 유실돼 삼기천 일대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됐다.

충남 천안도 이번 폭우로 하천이 범람하며 산사태와 주택·도로침수, 고립 등의 피해가 속출했다.

시간당 74㎜의 비가 내린 병천면, 동면, 북면 등 동부지역 4개 읍·면에 산사태가 이어져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병천면 청소년수련원에 입소한 학생 245명은 고립됐다. 또 입장 가좌울소류지, 용두천, 성정천 등 7곳의 하천과 저수지가 범람, 주민들이 대피하는가 하면 봉명동과 신부동, 청수동 등 저지대 주택 100여채가 물에 잠겼다.

성정지하차도, 청당·청수지하차도, 쌍용지하차도, KTX천안아산역사 인근 등이 침수돼 차량이 통제됐으며 입장천 하상주차장에 주차했던 일부 차량이 떠내려가기도 했다. 용곡동, 성정동 일대 천안천도 한때 범람위기를 맞았다.

괴산에서도 폭우로 칠성면 외사마을 주민들이 칠성중으로 긴급대피했고 청천계곡을 따라 하르는 달천강이 범람해 청천면 등 계곡 주변 일부 마을들이 고립됐다. 충주 역시 이날만 108㎜의 비가 내린 수안보지역을 중심으로 도로침수 등 피해가 잇따랐다.

16일 내린 집중폭우로 증평 보강천 하상 주차장이 물에 잠겼다. 이 비로 차량 57대가 침수되거나 유실됐다.

오후 6시 현재 청주에서 운동동 4가구(6명), 중앙동 1가구(2명), 오송읍 호계리 55가구(115명), 복대2동 7가구(8명), 영운동 5가구(20명) 등 78가구 169명, 증평 10가구 21명 등 충북도내에서 모두 38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오후 들어 비는 그쳤으나 각 지자체의 피해 집계가 이어지면서 폭우에 의한 피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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