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공무원 극단적 선택 후 지역주민 우려 커져
“서울 마포대교 사례 따라 장애물 등 추가설치해야”

▲ 지난 7일 대청호에서 투신 실종된 청주시 간부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장소로 알려진 청주 문의대교(왼쪽)와 지난해 12월 기존 1.5m 높이의 난간 위에 와이어와 롤러 등 80㎝ 정도 높이의 난간이 추가로 설치된 마포다리.난간 설치 이후 한달만인 지난 1월 자살시도자가 23% 줄었다.

(동양일보 이도근·박장미 기자) 지난 7일 대청호에 투신 실종된 청주시 간부공무원에 대한 집중수색작업이 지난 10일을 끝으로 종료됐다.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장소가 청주 문의대교로 알려지면서 또 다시 ‘자살명당’ 오명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신 청주시공무원 ‘수색 종료’

소방당국은 지난 10일 수색을 끝으로 대청호에서 실종된 청주시 공무원 A(56·5급)씨에 대한 수중탐색 등 집중 수색을 중단했다고 11일 밝혔다.

다만 당국은 A씨가 떠내려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하류 부근 등을 중심으로 육안 순찰 등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로써 지난 7일 A씨가 문의대교에서 투신한 지 사흘 만에 수색작업은 사실상 종료됐다.

앞서 경찰과 소방당국은 지난 7일 오후 8시 55분께 A씨의 자살의심 신고를 접수한 뒤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벌여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덕유리 문의대교 인근에서 그의 K5 승용차와 휴대전화 등을 발견하고 수색작업에 나섰다. 구조대는 119구조대원 30여명과 구조차량, 구조정 등을 투입, 사흘간 투신 추정지점인 청주 문의대교 아래 등을 수색했으나 A씨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했다.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배경을 놓고 의문이 증폭되는 가운데 최근 A씨가 동료직원으로부터 수차례 무차별 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용과 상처가 선명한 A씨의 얼굴사진 등을 확보, 폭행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동료직원 B(47·6급)씨로부터 3차례 정도 폭행을 당했다. 지난 3일 첫 폭행이 이뤄진 뒤 A씨가 투신한 날 오전 B씨가 A씨의 사무실을 찾아가 무차별 폭행한 정황이 확인됐다. A씨는 투신 2시간 여 전에도 B씨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죽음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남긴 뒤 실종됐다.

무차별 폭행을 당한 A씨는 얼굴에 시퍼런 멍은 물론 사무실 의자 등으로 머리를 맞아 정신을 잃기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B씨에게 폭행을 당한 증거와 정황이 뚜렷한 만큼 시신을 찾는 대로 곧바로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관련 증거도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다.

●되살아나는 자살명소 오명…대책 필요

A씨 사건이 불거지자 주민들은 문의대교의 자살명소 오명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과거 대청호는 ‘투신’과 관련한 오명이 끊이지 않았다. 문의대교는 1980년 다리 완공 이후 2015년까지 41명이 목숨을 끊는 등 대청호의 대표적인 자살다리란 오명을 갖고 있다. 2015년 서울 서초동 세모녀 살해사건 피의자가 원정와 투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후 경찰과 지자체는 이 다리 난간에 자살예방 안내판과 구명함,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등 예방 대책 마련에 나섰고 이후 투신 건수와 사망자수 역시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나 또 다시 문의대교에서 투신사건이 발생하며 지역 안팎에서는 물리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의대교는 교각 높이가 30m 이상 높고 수심이 깊은데다 차량을 통한 접근성이 좋은 반면 투신자살을 막을 수 있는 시설은 전무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성인 남성이라면 쉽게 넘어 뛰어내릴 수 있는 ‘낮은 난간’에다가 ‘투신 방지망’ 등 예방시설 역시 설치돼 있지 않고 있다.

한 시민은 “문의대교는 난간을 손으로 잡고 한 발만 올리면 손쉽게 넘어갈 수 있다”며 “투신 등을 막을 수 있는 시설물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내 투신 1위의 불명예 기록을 가진 서울 마포다리의 대책을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포다리에는 지난해 12월 기존 1.5m 높이의 난간 위에 와이어와 롤러 등을 이용한 80㎝ 정도 높이의 난간이 추가로 설치됐다. 이 난간의 맨 윗부분은 주판알 형태의 롤러로 돼 있어 손으로 잡으면 롤러가 돌아가 난간에 매달리거나 위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돼 있다. 2010년부터 5년간 528명이 뛰어내렸던 이 다리는 난간 설치 이후 지난 1월 자살시도자가 2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줄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자살수단의 접근성을 막는 건 상당히 의미 있는 자살 예방 정책”이라며 “지자체 차원에서 자살의지 자체를 약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물질적인 장애물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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