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내덕자연시장 / 사진 조석준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대형 쇼핑몰을 입점 시키려는 ㈜중원산업(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과 시장상권에 영향이 있다며 이를 저지하려는 청주내덕자연시장의 줄다리기가 한창인 가운데 상인회장이 중원산업측에 개인 보상금을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월세를 내가며 근근이 생활하는 일반 영세상인들보다도 건물주인 자신이 더 큰 보상금을 챙기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 대형 쇼핑몰 입점 반대하며

건물소유하고 장사하는 회장 등 2명 차등 보상요구

회장측 “개인적인 의견일뿐 상인회 전체입장 아냐”

점포 기준 미달 전통시장 요건 안돼… 형평성 논란도

 

20일 중원산업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1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추가 상생방안 협의를 위해 내덕자연시장 A상인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A회장이 “상생협약은 기본적으로 상인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졌을 때 가능하고 보상금 외에도 시장 환경개선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보상금도 48명의 상인 중 시장 아케이드 외부(20명)와 내부(28명)의 상인을 구분해야 하고 특히 건물을 갖고 장사하는 2명의 상인들에겐 더 많은 차등적 보상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했다.

당시 A회장은 내덕자연시장에서 자신의 건물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은 A회장 본인과 B씨 등 단 2명뿐 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A회장은 “중원산업 관계자가 찾아와 추가 상생협약에 대한 여러 가지 조건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 만약 상인들이 상생협약서에 동의한다면 시장발전기금과 더불어 개별보상 등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라며 “상인들과 시장의 최종 입장에 대해 회의한 결과 회원 대부분이 쇼핑몰 입점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 더 이상 논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원산업 측은 “추진 중인 쇼핑몰에 일부 상인들이 우려하는 식당자체가 들어오지 않고 자연시장의 상품과 업종이 겹치지 않아 상인들이 피해볼 것이 전혀 없음에도 막연하게 상권에 영향을 끼친다며 보상금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미 직전 상인회장과 상생협약서를 체결했음에도 개별보상 등의 무리한 요구조건을 내세워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상생차원에서 내덕자연시장의 활성화와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지원에 약속했고 추가적으로 호텔식자재 등을 시장에서 납품받는 것 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원산업은 작년 12월 청주시에 기존의 대형마트를 포함, 호텔 건물 중 판매시설로 허가 받은 쇼핑센터 부분을 복합쇼핑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며 복합쇼핑몰 변경 등록 신청을 냈다.

청주시가 변경 등록하면 중원산업은 호텔 2관(쇼핑동) 1∼4층과 3관(극장동) 1∼2층 등 총 1만644.64㎡를 임대할 수 있다. 2관 1∼2층에는 패션업체, 4층에는 키즈 테마파크를 유치하고 3관 1∼2층은 잡화, 커피·디저트숍 등을 임대할 계획이다.

청주시는 지난 2월 6~20일 2주간 율량·사천동, 우암동, 내덕동 주민 118명과 내덕자연시장과 주변상인 100명 등 218명을 대상으로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의 복합쇼핑몰 입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찬성 104명(47.7%), 반대 71명(32.6%), 상관없다 39명(17.9%), 무응답 4명(1.8%)으로 65.6%가 쇼핑몰 입점에 찬성했다.

이어 지난달 20~21일 이틀간 내덕자연시장 상인 48명 중 43명(89.5%)이 참여한 상생협약내용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찬성 20명(46.5%), 반대 15명(34.9%), 상관없다 8명(18.6%)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상인회가 중원산업 측에 제시한 요구조건은 △시장 고객지원센터 내 현금자동화기기(ATM) 설치 △체육대회 등 각종 시장행사 운영비 협찬 △간판 정비사업에 따른 부가세 지원 △시장관련 서무·행정업무(각종 신청 서류작성 등) 지원 △내덕자연시장 등록상인 및 가족 중에서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 내 점포개설 또는 직원채용 시 우대 △판촉행사 장소 제공 등이다.

그러나 내덕자연시장인근의 한 주민은 “솔직히 호텔은 멀리 떨어져있고, 판매물건 자체가 다른 쇼핑몰 입점을 반대할게 아니라 길 건너 생길예정인 중소형마트가 시장에 더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내덕자연시장 상인회는 ‘전통시장 반경 1㎞ 이내의 대규모점포는 지자체가 허가를 제한할 수 있다’는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정에 따라 650m 거리에 있는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올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청주 전통시장 관계자들과 시민들 사이에선 내덕자연시장을 전통시장으로 볼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통시장특별법’에는 전통시장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점포수가 50개 이상이어야 하고 도·소매업을 합친 점포가 50%를 넘어야 지자체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고 이 법에 따른 각종 지원과 상권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내덕자연시장에는 기준 점포수 50개에 훨씬 못 미치는 38개 점포가 있으며 도·소매업 등 필수입점 점포도 절반에 미치지 못해 근본적으로 전통시장으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하복대시장의 경우에도 기준 점포수 미달로 인해 ‘미인정 시장’으로 분류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받지 못하면서 시장에서 1km 안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충청점의 입점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던 전례가 있어 형평성 논란마저 일고 있다.

청주시는 오는 28일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다시 열어 최종 허가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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