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혁신도시, 지정 8년만에 완공… 아직 갈길 바쁘다

▲ 음성지역 내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이 활발하고 아파트 입주, 학교신설, 상가 등이 순조로워 도시조성에 탄력을 받고 있다.

 

▲ 진천지역 내 혁신도시. 혁신도시 내 보건지소 설립이 예산확보의 어려움으로 차질을 겪고 있다. 이에따라 음성지역과 대비적으로 부지 곳곳이 잡초만 우거져 있다.

음성지역은 ‘탄력’… 진천지역은 ‘잡초만 무성’

주소지 부여 등기 지연탓 재산권 행사에 ‘제약’

산업용지 분양률 낮고 정주여건 조성 ‘미흡’

“공공기관만 있는 도시로 전락?” 우려 목소리도

국토의 중심에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 충북혁신도시 조성공사가 지난 6월 말 8년여 만에 끝났다. 충북혁신도시 조성의 핵심인 공공기관 이전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클러스터와 산업용지 등의 분양률이 저조하고, 공공기관 이주 고교자녀 전입학교 2017년 개교, 보건지소 건립 지연 등 정주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산·학·연·관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수 있는 환경은 미비한 상태다.

이에 따라 충북혁신도시가 공공기관만 존재하는 도시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양일보는 충북혁신도시 사업 개요와 조성 과정, 공공기관 이전 현황, 진천·음성 관할 행정구역 개편 상태, 정주여건 등에 대해 살펴봤다.

● 혁신도시는

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계기로 성장 거점지역에 조성되는 미래형 도시다. 이전된 공공기관과 지역의 대학·연구소·산업체·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기반이 된다.

충북혁신도시는 진천군 덕산면(337만㎡)과 음성군 맹동면(335만5000㎡) 일원 692만5000㎡에 전체 9969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대규모 국가프로젝트다.

오는 2016년 말 공공기관 이전이 완료되는 충북혁신도시는 2020년까지 4만2000명의 교육·문화와 IT·BT·태양광 등 미래형 자족도시로 건설된다.

충북도는 오창과학산업단지와 함께 IT·BT 중심의 정보통신 정책과 인력양성 등을 지원해 연구개발이 활발한 테크노폴리스로 ‘바이오토피아 충북’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공공기관 이전

충북혁신도시 조성의 핵심인 공공기관 이전이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 입주하는 공공기관은 △IT문화기능군-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인력개발교육기능군-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법무연수원, 중앙공무원교육원 △과학기술·공공서비스기능군-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소비자원, 국가기술표준원, 한국고용정보원, 한국과학기술평가원 등 3개 기능군의 11개 기관이다.

이들 기관 가운데 가장 먼저 착공한 한국가스안전공사(2011년 8월 착공)와 국가기술표준원(2012년 3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2012년 12월) 등 3개 기관이 지난해 12월 말과 올 5·6월 이전을 각각 마쳤다.

한국소비자원(2012년 10월 착공)과 한국고용정보원(2013년 1월)은 9월 중 이전할 계획이다.

법무연수원(2012년 11월 착공), 정보통신산업진훙원(2013년 11월), 한국교육개발원(2014년 1월) 등도 2015년 2·5·8월 이전을 목표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중앙공무원교육원은 오는 9월 3일 착공에 들어가 2016년 6월 이전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기본설계를 마치고 실시설계 중이며, 2016년 말 이전할 예정이다.

 

● 친환경 에너지타운 조성

충북혁신도시에 하수처리장을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 타운이 조성된다.

녹색성장위원회는 지난 5월 21일 충북과 광주·강원 등 3곳의 혁신도시를 ‘친환경 에너지타운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충북혁신도시 특성에 맞게 IT·BT·태양광사업과 함께 친환경 에너지타운으로 각광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타운은 쓰레기 매립지, 하수처리장 등 주민 기피·혐오시설의 폐자원을 활용하고,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시설을 조성해 인근 지역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혁신도시 내 하수처리장에 태양광·연료전지발전 등의 신재생 발전설비를 설치, 연간 1224Mwh의 전력을 생산·판매해 4억4000여만원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또 봄부터 가을까지 태양열, 지열, 하수폐열 등을 통해 생산된 열을 지하 탱크에 축적한 뒤 겨울철 난방용 열로 공급하는 시스템도 갖춘다. 연간 1억4000여만원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하수처리장 인근의 공공건물은 외벽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창호·단열재와 스마트 그리드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 절감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 등기 지연…재산권 제약

지난 6월 30일 충북혁신도시 조성공사가 마무리됐다. 2006년 2월 3일 국토해양부가 혁신도시 입지를 확정한지 8년 4개월 만이고, LH가 2008년 9월 30일 부지조성공사를 시작한 지 5년여 만이다.

하지만 진천군과 음성군의 관할구역이 확정되지 않아 토지 등기를 위한 주소지 부여 등이 늦어지면서 토지를 분양받은 주민이 건물 신축 등을 위한 금융권 담보대출 등을 받지 못하는 등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토지 분양 중도금 납부 등을 위해 대출을 받으려면 LH의 추천서를 받아 LH와 협약을 한 은행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는 형편이다.

진천군과 음성군의 경계지역을 맞교환하는 형식으로 관할 행정구역이 확정됐으나 조례 입법예고 등의 기간이 필요해 토지 등에 대한 등기는 오는 10월 말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혁신도시 내 진천군과 음성군의 경계 조정을 골자로 한 ‘진천군과 음성군의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규정’이 지난 8월 6일 공포돼 1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진천군 덕산면 두촌리·석장리·옥동리 66필지 4만176㎡는 음성군에, 음성군 맹동면 두성리·신돈리 69필지 4만176㎡는 진천군에 각각 편입됐다.

이에 따라 진천군과 음성군은 해당 지역의 ‘리(里)의 명칭과 구역에 관한 개정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으며, 9월에 열리는 군의회에 상정하는 등 입법 절차를 거쳐 오는 10월 조정된 경계구역에 따라 주소지 부여를 완료할 계획이다.

양 군은 앞서 2011년 충북혁신도시 상업지역과 군 경계 조정을 두고 갈등을 빚었으며, 이필용 음성군수가 양 군을 합치는 행정구역 개편을 제안, 찬반 논란이 일었다.

지난 2012년 여론조사 결과 음성군은 통합 찬성률이 높았지만 진천군은 반대율이 월등히 높아 통합이 무산됐다.

 

● 클러스터용지 분양 ‘저조’

혁신도시 성공 조건의 또 다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클러스터와 산업용지 분양이 저조해 공공기관만 존재하는 도시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충북혁신도시는 전체 1410필지 399만4000㎡의 토지가 공급된다.

공공청사가 104만8000㎡(16필지)로 가장 많고, 공동주택 84만㎡(14필지), 산업용지 56만6000㎡(52필지), 단독주택 36만1000㎡(1021필지), 클러스터용지 20만7000㎡(49필지), 상업용지 16만9000㎡(114필지) 등이다.

또 교육시설 12만1000㎡(11필지), 근린생활시설 5만8000㎡(75필지), 주차장 4만6000㎡(34필지), 문화체육시설 3만1000㎡(4필지), 사회복지시설 1만5000㎡(2필지), 종교시설 8000㎡(3필지), 주유소 8000㎡(4필지), 자동차정류장 8000㎡(1필지), 전기공급시설 4000㎡(2필지) 등을 공급한다.

현재 주거용지 85.2%, 근린생활용지와 상업용지는 100%의 높은 분양률을 보였다.

하지만 클러스터용지는 49필지 중 4필지(14.6%), 산업용지는 52필지 중 9필지(23.4%)만 분양된 상태다.

클러스터 용지의 경우 3.3㎡당 82만원으로 원주혁신도시 클러스터용지의 지가가 90만~100만원대 형성되는 것에 비해 저렴하지만 분양률은 저조하다.

특히 전국 혁신도시 중 유일하게 갖추고 있는 산업용지의 경우 3.3㎡당 64만원 수준으로 그리 높지 않은 분양가인데도 잘 팔리지 않고 있다.

당초 충북혁신도시 클러스터 구축 전략은 오창(IT·정보통신), 오송(BT·생명과학) 진천·음성(정밀화학, 정밀기기) 등을 기반으로 하는 충북형 산업클러스터 모형 구축이다.

산업적으로는 IT와 BT를 융합하는 BIT(바이오-IT)를 구축하고 공간적으로는 청주·청원·진천·음성을 잇는 벤처벨트 중심의 허브역할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클러스터와 산업용지 등의 분양률을 미뤄볼 때 충북혁신도시는 아직 산·학·연·관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수 있는 환경은 아직 미비하다.

 

● 음성·진천 조성사업 불균형

혁신도시 조성사업이 음성군 지역에선 탄력을 받고 있지만, 진천군 지역에선 제자리걸음이다.

이전 대상 11개 공공기관 가운데 음성에 뿌리를 내릴 한국가스안정공사가 지난해 말 처음 입주한 것을 시작으로 국가기술표준원이 지난 5월 이전을 하고 8월 8일 개청식을 가졌다.

한국소비자원은 8월 29일 이사를 했고, 한국고용정보원은 9월 중 이전할 예정이다.

반면 6개 기관이 들어설 진천에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만 이전(6월 30일)을 했을 뿐 나머지 기관의 이전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아파트 입주 등 도시형성면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음성지역은 지난 5월부터 1074가구의 아파트 입주가 시작돼 현재 445가구 1400여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오는 11월 896가구의 입주가 시작된다.

하지만 진천지역은 내년 1월에나 돼야 749가구의 공공임대 아파트 입주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건축허가 건수도 음성군은 30여건인 반면, 진천군은 1건에 불과하다,

진천군이 보건지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차질을 빚고 있다.

진천군에 따르면 혁신도시 내 보건지소 건립사업이 사업비 부족으로 올해 착공이 불투명하다.

진천군은 혁신도시 내 205㎡ 부지에 일반진료실과 통합진료실, 건강증진실을 갖춘 2층 규모의 보건지소를 올해 말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체 사업비 3억5400만원 중 확보한 예산이 설계비 1200만원에 그쳐 올해 완공은 어렵게 됐다. 이 같은 공사 차질로 인해 입주한 공공기관 직원들의 보건지소 이용에 불편이 예상된다.

 

● 공공기관 가족 이주 난감

공공기관 이전과 주택 공급 등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외지에서 이주한 고등학생 자녀가 전입할 학교가 마땅치 않아 자동차로 1시간이 넘는 거리의 기존 학교에 데려다 주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혁신도시 내 1074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지난 5월 말 입주를 시작한데 이어 올해 말부터 내년 말까지 5000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준공하는 것을 고려하면 고교 전·입학 자녀를 둔 혁신도시 이주민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혁신도시 내 진천지역에 들어설 24학급(학생수 816명) 규모의 석장고 개교 시기가 2017년이고, 음성지역에 같은 규모로 문을 열 본성고의 개교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석장고가 개교하기 전인 내년부터 2016년까지 2년 동안 고교 재학생 또는 1~2년 내 고교에 진학할 자녀를 둔 이주민은 난감한 상태다.

충북도는 이전 공공기관 직원 자녀가 도내 고교에 전·입학하면 50만원(1회)을 지원키로 했지만 전·입학 학교가 여의치 않다면 직원 가족 이주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실제 공공기관 직원들이 가족동반 거주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혁신도시관리본부와 이전 공공기관 등에 따르면 최근 한국가스안전공사와 국가기술표준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 3개 기관 직원들의 거주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직원 850여명 가운데 340여명이 혁신도시나 인근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나 가족과 함께 이사를 한 사례는 102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240여명은 사택이나 원룸 등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전체 직원의 60%에 육박하는 340여명은 여전히 통근 셔틀버스 등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상황이다.

지난 29일과 9월 달에 이전할 한국소비자원과 한국고용정보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기관도 직원 550여명 가운데 220여명이 혁신도시에 거주할 예정이지만, 가족과 함께 이사를 할 직원은 7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상은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이 교육·교통·의료 등의 정주여건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혁신도시 거주를 서두르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와 진천·음성군이 가족을 동반한 6개월 이상 거주자에 대한 이주 정착금 100만원 지원, 1가구 1주택 취득세 면제, 고교자녀 장학금 50만원 지원, 지역 문화·휴양·체육시설 이용료 감면, 배우자 취업알선 등의 유인책을 펴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충북도는 혁신도시에 공공기관 이전이 속속 이뤄지고 있지만 정주여건 조성이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라 혁신도시관리본부 존속기한을 당초 지난 6월 30일에서 1년 더 연장시켰다.

아파트 입주도 시작됐지만 보건소와 파출소, 어린이집, 상가 등 정주여건은 여전히 갖춰지지 않았다. 관리본부는 1년 동안 부족한 정주여건을 갖추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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